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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실 아크릴 창 너머 P의 얼굴이 까칠합니다. 학생 운동복 모양의 주황색 수감복은 홑겹이라 한파를 견딜 수 없어 보였고 강제출국의 두려움과 집에 남은 아픈 아이 걱정에 수심이 가득합니다. 막 동이 터오던 이른 아침 미등록 이주노동자 P는 집 근처 사거리에서 단속되어 구금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딸의 입학과 ‘이주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관련 상담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대로 혼자 출국한다면 남겨진 아이의 생존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부모와 함께 귀국할 수 없는 중증 장애아동이기 때문입니다. P의 의사를 확인한 후 보호일시해제를 청구하기로 결정하고 일어서는데 아크릴 창 너머 P는 연신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출입국 보호소에 올 일이 자꾸 생깁니다. 올해만 해도 신생아와 함께 구금될 위기에 처한 아기 엄마를 데리고 나오기 위해 한번, 경주에서 발생한 폭력적 단속에 항의하게 위해 한번,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미등록 집중단속이 시작되었고 해를 넘기며 2년째 지속 중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터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다, 식당에서 밥 먹다, 교회에서 기도하다, 길가다 불심검문 당하여 호송버스에 태워지고 보호소라 불리는 감옥에 갇힙니다. 87년의 한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슥 다가오고 신분증 봅시다 한마디에 괜스레 가슴 두근대던 기억 말입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8년 만의 화이트크리스마스라고 합니다. 뉴스에선 눈 내리는 명동성당의 아름다움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성탄절 메시지를 전합니다. 2003년 12월 25일, 이곳에는 ‘강제추방 저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단’이 농성 40일을 맞고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고강도의 대규모 합동단속이 진행되었고 17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전국에서 1,000여명이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들었고 정부 협상안을 거부한 명동성당 농성단의 380일 긴 투쟁으로 이어지며 지쳐 흩어지고, 잡혀서 강제출국 당하했습니다. 20년이 흘렀습니다. 성당 앞마당의 농성장은 자취 없이 사라졌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비자 쟁취’ 구호는 유령처럼 그곳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임금체불과 산재, 열악한 기숙사, 고용허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으로 인한 고통이 2023년 버전으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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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1] 장애인 이주민 인권을 위한 콜라보 미션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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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재단×오픈소사이어티재단>과 함께한 <2022-2023 인권운동 및 활동 지원사업> 결과워크숍에서 “장애인 이주민 인권을 위한 콜라보 미션‘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주민과 함께>와 <이주와인권 연구소>는 올해 장애와 국적, 이중의 차별을 넘어 이주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 이주민 인권실태조사와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주민 지원단체 활동가와 이주민 당사자 및 부모를 만나 심층면접을 통해 20명 사례를 조사했고 결과와 제언을 묶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지역사회의 돌봄지원을 위해 ’장애 이주아동 지원네트워크‘를 만들고 중증장애아동 3명을 상담하고 지원했습니다. 이 사업은 ”장애 이주민 생활지원 및 지지기반 만들기’란 제목으로 <바보의 나눔 공모배분사업>에 선정되어 2024년에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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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부산한살림 조합원 활동실에서 이주아동 부모모임을 열었습니다. ‘아이들과 몸으로 소통하기’란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보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음에도 서른 명 넘은 아동과 부모님이 참석했고
부모와 자녀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2명 전문강사로부터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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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3] 무료진료소, 이주민 건강검진&독감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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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독감 백신 100개 후원을 받아 이주민을 위한 독감 예방접종을 진행했습니다. 총 47명 이주민이 독감 백신을 잘 맞았습니다.
11월 19일은 대한결핵협회와 함께하는 이주민 건강검진을 완료하고 검진 결과서 배포 및 건강상담을 12월 3일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주민 무료 건강검진은 건강보험이 없어 정기적인 검진이 어려운 이주민들을 위해 1년에 2회 진행하며 하반기 검진에도 많은 이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총 123명의 이주민들이 찾아와 X선 검사, 소변 검사, 혈액검사, 혈압검사 등 기본적인 검진을 받았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고 참여해주신 부산대학교병원 김미라 간호사님, 동행팀 노동현 팀장님, 임선영 간호사님 그리고 이주민무료진료소 자원활동가들 및 통역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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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4] 2023년 다문화감수성교육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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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3일에 마지막 다문화 감수성 교실 수업을 마치고 하반기 강사단 회의가 열렸습니다. (사)이주민과 함께에서는 부산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서 220시간 감수성 교실을 진행하였으며, 초등‧중학생 연인원 2570명이 교육에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학교로 찾아가는 ‘다문화감수성 교실’에서는 총 360시간 연인원 7,289여 명이 참여해, 총 580시간 연간 1만여명의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모두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강사단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내년에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교재 개발에 힘쓰자고 으싸으싸 하였으니 내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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