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인권

No one is illegal

누가 이주민인가요?

원래 있던 곳을 떠나 있는 사람은 모두 이주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주민이라고 할 때는 대개 국제적으로 국경을 넘어 이주한 경우를 칭합니다.
이주민들은 노동하기 위해서, 결혼을 통해서, 해외의 동포, 난민, 유학생 등으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은 아시아의 새로운 이주노동 유입국으로 부상했고 이주민의 대부분은 노동을 목적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었습니다. 30년이 넘은 지금 여전히 단신노동, 단기로테이션 되는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지만  가족결합 이주, 가족동반 체류가 증가하며 뚜렷한 정주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주민들이 있나요?

한국 거주 이주민은 2020년 11월 현재 210만 명으로  한국 총 인구의 4.1%에 이릅니다 .   ‘외국인 주민 통계’가 시작된 2006년(54만명) 이후 해마다 증가하다 2019년 코로나19 영향으로 감소하였지만 총 인구 대비 4%를 넘어선 한국은 이미 이민사회에 진입한 나라입니다.  부산‧경남지역의 경우,  약 20만여 명의 등록 이주민이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어떤 나라에서 오나요?

한국에 입국하는 이주민들의 출신국가는 매우 다양합니다. 체류자 수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중국(동포포함), 베트남, 태국, 미국, 우즈베키스탄,필리핀, 일본 순입니다. 한국과 아시아 국가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노동자가 입국하는 시스템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전체 16개국 출신의 이주민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미얀마, 동티모르, 키르키즈스탄, 라오스입니다.

외국인노동자? 이주노동자!

우리는 흔히 ‘외국인노동자’란 표현을 쓰는데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이주노동자’로 표현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외국인’ 이라는 표현자체가 이미 내국인과 외국인이라는 구분, 국적에 따른 차이와 차별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고향, 조국을 떠나 이주하여 노동할 수 있습니다. 보다 평등의 의미가 담긴 ‘이주노동자’란 용어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불법체류자가 아닌 미등록이주민

한국에서 허가된 사업장을 벗어나거나, 허가된 체류기간을 넘긴 이주민을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들이 출입국관리법상의 체류기간을 어긴 것은 사실이나 그의 노동이나 그 삶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불법’이라는 말은 마치 이들이 무슨 범죄자인 것처럼 느끼거나 다루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은 옳지 못하고, 단지 출입국관리법상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등록이주민’라고 불렀으면 합니다.

이주민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나요?

인종차별 인식에서 비롯된 일상의 인권침해와 제도적 차별입니다. 출생의 우연에서 비롯된 ‘국민’의 자격은 여러 사회적 권리에서 이주민을 기본적으로 배제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합니다.  출입국 관리법 제17조는 이주민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기에 이주민들은 권리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2022년 현재, 한국 사회의 민주화 진전과 인권의식의 성장은 고용허가제 도입,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및 다문화가족지원법, 난민법 제정,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위한 지원센터 설립 등 이주민 인권개선에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 국민들의 양가적 감정(동정과 혐오)과 정부의 이중적 태도(시혜와 차별)는 여전히 이주민을 한국 사회 동등한 시민의 지위를 빼앗고 있습니다.

01 일터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주로 겪는 문제들은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 강제적립금, 산업재해, 장시간노동, 신분증 압류, 사업장 변경의 제한, 폭행과 폭언, 차별대우 등입니다. 이주노동자들 역시 한국인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법을 적용 받기에 노동현장에서의 부당한 사례는 노동부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의사소통 때문에, 혹은 정보가 부족해서 직접 제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현행 고용허가제가 회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촌 지역의 이주노동자 인권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습니다. 도시이동과 고령화로 인한 농어업 붕괴에 직면한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농축산어업은 근로기준법 상 노동시간, 휴게시간, 휴일 적용에서 제외되고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물론 유급휴가, 재해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비닐하우스 등 안전하지 못한 농촌 이주노동자의 주거문제와 이집 저집 돌아가며 일하는 ‘동네머슴’문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폭행 등이 심각하며 어업이주노동자는 외부 시선에서 고립된 섬이나 선박에서 인권침해를 넘어 인신매매라 부를 정도입니다.

02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게 의사소통입니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직장에서, 병원에서, 모든 일상생활에 걸쳐 권리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삶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또한 의료문제와 열악한 주거환경, 문화와 종교의 차이 및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해 많은 이주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이주민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있습니다. 이들의 생애주기에 맞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지만 국가의 사회복지체계는 이들을 보호하거나 지원하지 않습니다. ‘국민’에 비해 차별적인 공공의료시스템과 취약한 의료안전망으로 아동, 노인, 홈리스, 장애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사회취약계층 건강 문제가 심각합니다.

03 가정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민 배우자의 경우 부부 간 의사소통의 장애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한 이주민 여성 중 일부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남편에 의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결혼 이주민의 한국 체류 조건은 결혼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배우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 동등한 지위를 갖기가 어려운 구조 속에 있습니다.

04 미등록이주민

한국에는 현재 약 40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이 있습니다. 이중에는 성인 남녀뿐만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부터 아동‧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입니다. 이주민들이 미등록 신분이 되는 이유는 정해진 체류기간을 넘겨 계속 머물거나 회사를 허가 없이 바꾸었을 때, 출입국사무소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입니다. 더욱이 부모가 미등록인 상태이면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역시 태어나자마자 미등록이 됩니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학교와 일터에서, 병원 등 일상의 공간에서 단속과 추방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 속에 있습니다.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의료와 교육 등 기본적인 권리마저 누리기 어려울뿐더러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해 상해를 입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