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장학사업 참가 후기

활동이야기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자!

임은기 부산지하철노조 전 위원장

참 추운 겨울이다. 봄이 기다려지고 여름이 설렐 추위를 부산에서 살아내고 있다.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즈음 노동조합에서 베트남에 갈 생각이 없냐는 추천이 있어서 흔쾌히 동의 했다.
코로나19로 몇 년간 방문일정은 없었지만 사)이주민과 함께,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을 시작으로 이제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베트남 장학 사업은 십년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총 14명의 베트남 평화방문단이 구성되어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 현재와 미래로 함께 연대하기위해 부산과 인천에서 각각 출발하여 하노이에서 모여 여정을 시작했다.

2023년 2월 22일 ~27일까지 5박6일의 일정동안 장학 사업을 진행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하여 컴퓨터 교실 견학과 장학금을 전달하였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빈안, 노렴, 쯔엉탄 등을 방문하여 위령비를 참배하고 마을제사에도 함께했다.
위령비 참배 중 마을 주민을 만났다. 당시 18살이었던 생존자 한분은 11명의 가족이 희생되었다고 하고, 또 한분은 당시 6살이었는데 7명의 가족을 잃었고 몸 구석구석 여러 발의 총탄 흔적을 보여주셨다. 위령비 부근의 무덤들은 1인 무덤과 가족과 함께 합사한 무덤, 주검으로 신분을 확인하지 못한 이들의 공동무덤 등 그날의 참혹상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군인이 아닌 부녀자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2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이 국내 법원에서 처음으로 인정되었다. 희생된 분 또는 그 유족들과 가해자가 되어버린 군인들 또한 모두 각자의 아픔으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 간의 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이다.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적 판결이었다.
방문 일정 동안 만난 베트남의 고위 관료, 생존자, 그 유족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우리에게 말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슴을 뜨겁게 적시는 말이다.
‘과거의 역사를 잊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방문한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방문단을 너무나 환대해 주셔서 잠시나마 과거의 아픈 참회의 역사를 잊게 했다. 베트남의 학생들은 이전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류의 영향도 받아서인지 너무나 순진하고 해맑게 우리의 마음을 포용해 주었다. 이들이 과거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두 공동체의 매개체일까?
장학 사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
의미 있고 가슴 뭉클한 첫 베트남 방문이었다.

35활동이야기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