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함께X아름다운재단 이주민영유아 지원사례> “엄마 고마워요”- 굴곡진 삶을 버티게 하는 노래

지원사업

건강보험조차 없는 차가운 현실이지만

당하**의 행복한 노래가 멈추지 않길

서툴고 느린 이른둥이의 보이지 않는 벽

베트남 국적의 당하**은 ‘김**’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예정보다 두 달이나 앞서 태어난 이른둥이였지만, 다행히 신체 발달은 또래들 못지않았다. 하지만 한창 감정을 표현하고 활동량도 많아야 할 시기, 당하**의 시간은 멈춘 듯했다. 한부모 가정의 미등록 아동으로서 체류자격과 건강보험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다가,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당하**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가 없었다. 엄마가 저녁에 일하러 가고 나면, 아이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환한 영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영유아기 시절 매일 2~3시간씩 이어진 자극적인 미디어 노출은 당하**에게 필요한 다양한 감각과 사고력 발달을 막았다.

 

엄마 -두 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선생님이 당하**은 친구와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고, 집중력도 극히 낮으며, 과잉행동을 보여 통제가 어렵다고 했어요. 저녁에 일하러 나설 때마다 울면서 매달렸는데, 그런 아이를 떼어 낼 때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2025년 6월부터 찾기 시작한 아동발달센터에서는 당하**에게 언어발달 지연과 주의 집중력 저하, 상황 판단 및 대처 능력 부족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깨끗한 복장과 밝은 태도로 병원을 찾고,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듯한 당하**에게서 내면에 뚫려있는 발달의 구멍을 발견한 것이다.

당하** 앞에는 발달 지연이라는 장애 못지않은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미등록 아동’이라는 신분의 벽이다. 건강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는 아이는 독감이라도 걸려 링거를 맞고 검사를 받으면, 단번에 2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가 청구되었다.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기본 5만 원이 훌쩍 넘는 진료비는 엄마의 하루치 일당을 고스란히 앗아갔다. 엄마가 감당해야 할 차가운 현실이었고, 높고 험하기만 한 문턱이었다.

별거와 부재, 홀로 짊어진 양육

엄마의 삶은 굴곡진 이주민의 서사를 그대로 품고 있다. 엄마는 2011년에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2016년에 베트남에서 첫째 딸을 낳았다. 딸이 4개월쯤 되었을 때 딸을 여동생에게 맡기고 한국에 입국해 가정을 꾸렸지만, 남편의 정신적 질환을 버틸 수 없었다.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는 이혼하지 못한 채 별거를 선택해야 했던 엄마는, 그사이 만난 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와의 사이에서 당하**을 낳았다. 그러나 당하**의 아빠마저 2022년 베트남으로 돌아간 뒤 양육 책임을 외면하면서, 엄마는 철저히 혼자 남겨졌다. 베트남에 두고 온 아홉 살 딸의 양육비와 외할아버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친구에게 빌린 200만 원까지, 엄마의 어깨에는 쉴 틈 없이 부채가 쌓여갔다.

엄마는 낮에는 당하**를 돌보고, 저녁 8시가 되면 노래방 청소와 식당 주방 보조 일을 하러 나간다. 매일 새벽 3시까지 주 7일을 꼬박 일하며 한 달 평균 250만 원을 벌지만, 그 돈은 들어오기가 무섭게 빠져나간다. 당하**의 보육비 40만 원, 일하러 간 동안 당하**을 돌봐주는 유학생에게 주는 돌봄비 60만 원, 베트남 딸 양육비 40만 원,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을 빼고 나면 식료품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식비가 모자라 가끔씩 돈을 빌려야 하는 날이면 엄마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9월부터 밀리기 시작한 전기세 고지서는 어느새 누적되어 엄마의 가슴을 짓눌렀다.

 

엄마 – 제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요. 밤낮없이 일하느라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제가 부모 역할을 잘못해서 당하**의 발달이 늦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인터뷰 내내 엄마는 양육의 고통과 죄책감을 쏟아냈다. 밤에 일하니 늘 몸은 천근만근이고 잠도 부족하다. 아이를 돌보느라 개인 시간은커녕 집안일조차 하기 힘들 때도 많고, 아이를 친근하고 따듯하게 대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면, 아이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까지 들곤 한다고 엄마는 고백했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할 수 없다. 당하**이 옆에서 “엄마! 고마워요”하고 입버릇처럼 말할 때마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를 깨닫기 때문이다.

 

다시 흐르기 시작한 당하**의 시간

엄마와 당하**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주민과함께>와 <아름다운재단>의 손길이 닿았다. <이주민과함께>에서 수행한 ‘보육료 지원사업’에 당하**이 대상자가 되었고, 부모 교육을 실시하던 중 강사가 당하**의 발달 장애 상태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재차 문제를 확인했고, 이를 계기로 당하이민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교육청 바우처 16만 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 치료를 받았는데,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많이 늦은 당하**에게 일주일에 한 번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주민과함께>에서 의료비를 지원하여 치료 횟수를 늘리도록 했다.

 

엄마 – <이주민과함께>에서 재활센터를 찾아가 센터장에게 치료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주일에 두 번으로 치료시간도 늘리고 통합 치료도 받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어요. 덕분에 재활 치료가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어나고, 언어치료에다 감각통합치료도 받게 됐어요.

 

그러자 당하**에게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또렷하지 않던 발음이 살아나고, 어휘량도 늘었으며, 엄마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태도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재활 치료가 당하**의 발달 시계를 다시 돌아가게 한 것 같아 엄마는 희망을 느낀다.

 

엄마 – 지금 가장 바라는 건 당하**이 어린이집 보육료와 병원비 걱정 없이 다른 아이들처럼 자라는 거예요. 나중에 학교에 갈 때 체류자격을 얻어서 당당하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등록이라는 신분 때문에 비자 신청 시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현실에 엄마의 가슴은 다시금 철렁 내려앉지만, 아이를 한국에서 끝까지 키우고 싶다는 의지는 누구보다 단단하다. 혼자 내몰리듯 육아와 생계를 맡아오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고 스트레스도 많았던 엄마지만, 곁에서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도 곧잘 부르고, 참새처럼 종알거리며 점점 성장해가는 당하**을 보면서 삶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꾸려 다짐한다. 이 작은 아이의 노래가 멈추지 않도록 손을 잡는 일은 한 가정을 구하는 일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내일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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