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으로 버틴 시련과 1.5kg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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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들이닥친 병원에서 8개월 미숙아로 태어난 끼*은
주변의 도움으로 따듯한 엄마 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 끼*을 바라볼 때면 엄마는 무거운 시련도 잊고 웃음 짓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끼*이 마주한 세상과 생명의 기록
끼*과 끼*의 엄마를 만나러 간 날, 밖에는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렸다. 끼*의 엄마가 머물고 있다는 경상남도 함안군의 공장 기숙사 주소지를 들고 논밭 사이 시골길을 달렸지만, 도착한 곳에는 공장도 기숙사도 없이 드문드문 작은 집들만 보였다. 여기가 아닌가? 당황하던 차에 주소지를 알려준 사장님을 만났고, 그를 따라 더 외지고 깊숙한 곳에 있는 단층집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엄마가 미등록자 신분이라 혹시 모를 위험을 염려한 사장님이 일부러 틀린 주소지를 알려준 것이었다. 어린 끼*과 신분이 위태로운 엄마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현관문이 열리자 아직 백일도 지나지 않은 끼*을 안은 엄마가 활짝 웃으며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아기와 산모가 머무는 곳답게 뜨끈뜨끈한 방 한가운데에 끼*의 이부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 불과 몇 달 전, 긴박했던 끼*의 출생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끼*은 2025년 10월, 임신 31주 만에 미숙아로 태어났다. 체중도 고작 1.5kg밖에 되지 않아,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43일을 버텨야 했다. 갑자기 산통이 시작되었을 때는 하필 추석 연휴였기 때문에 산모를 받아줄 병원을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두 군데를 돌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 절박했던 순간을 엄마와 사장님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

엄마 – 삼*병원 응급실에서도 거절당했어요. 다행히 진주의 한 병원에서 진료만이라도 해주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서 진통이 시작된 거예요. 그대로 아기를 낳았는데, 너무 작게 태어나서 곧장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거기서 43일 동안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어요.

끼*의 아빠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돈을 벌기 위해 3년 전 태국에서 입국했다. 참외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동거했으나, 엄마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지역으로 일터를 옮겼고, 그 뒤로 엄마와의 연락을 끊었다. 태국에서 사업 관계로 발이 넓은 사장님이 가끔 아빠와 통화를 하는데, 사장님이 끼*의 소식을 전해줬지만, 끝내 아이를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사장님이 아빠를 대신해 아기 분유도 주문해주고, 산모가 잘 먹어야 한다며 고기와 반찬도 챙겨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산모에게 들이닥친 경찰과 벼랑 끝에 선 생명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사장님은 노산인데다 아빠도 없고 미등록 신분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 것이라며 아기 낳는 것을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눈물로 호소하면서 끝까지 작은 생명을 지켰다. 그 간절한 사랑의 힘 때문이었을까. 보통 아기 체중의 절반밖에 안 되는 끼*의 생명력은 놀라울 만큼 야물었다. 산부인과로 엄마를 잡기 위해 들이닥친 경찰들도 차마 끼*을 어쩌지 못했고, 43일간 인큐베이터 안에서도 잘 견뎌냈고, 지금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장님은 출산을 앞두고 구급차에 실려 온 산모를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에 혀를 끌끌 찼다.

사장님 – 어느 병원에서 신고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불법체류자 있다고 신고를 한 거예요. 참 너무 하지요. 산모를 잡아가면 핏덩이같은 아기는 어떻게 하라고. 출동한 경찰들도 황당했는지 쳐다보더니만 그냥 가데요. 애 낳고 있는데 별수 있었겠습니꺼.

끼*이 무사히 자라서 퇴원한 것은 다행이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체류자 신분인 엄마에게는 일반인이 상상조차 힘든 병원비가 청구되었다. 진주**병원의 출산비가 500만 원, *병원에서의 치료비와 입원비 등 총액이 1억 원을 넘었으니, 엄마로서는 평생 만져본 적도 없는 큰돈이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건강보험료 100% 수가로 해서 3,500만 원으로 금액이 낮춰진 것이다. 거기다 의료비 지원과 병원의 모금, 사장님의 도움이 있었고, 엄마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까지 보태어 병원비를 지불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1,500만 원의 미수금이 남은 상태이다.

엄마 – 인큐베이터 비용만 하루에 100만 원 정도였어요. 그래도 끼*이 건강하게 퇴원해서 정말 기뻐요. <이주민과함께>의 의료비 지원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도와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다시 일어설 준비, 꿀단지처럼 숨겨둔 아기수첩의 희망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엄마는 끼*만 보면 옅은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끼*은 토닥이는 엄마 손길에 사르르 잠이 들었다. 평온해 보이지만 엄마의 어깨에는 여전히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다.
엄마는 태국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후 결혼했지만, 23살, 26살 두 딸을 데리고 이혼했다. 친정아버지가 농장을 차리느라 대출을 받았는데, 그때 진 빚과 전남편의 빚까지 떠안아야 했다. 결국, 두 딸을 친정 일을 돕게 하고, 여동생과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 3년 전에 관광비자로 단체관광을 위장해 입국했는데, 여동생은 현재 해남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지만 넉넉한 형편은 아니다.

엄마 – 태국은 남자 일당도 기껏해야 1만 원 정도예요. 그런데 한국의 일당은 열 배가 넘어요. 그러니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거예요. 나도 빚만 갚으면 태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지요. 끼*이 6개월 되면 태국에 있는 친정에 보내고, 다시 과일 농장으로 갈 겁니다.

엄마는 과일 농장에서 멜론, 참외, 수박 농사를 했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끼*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하고 석 달 뒤에는 헤어질 것이 마음 아프지만, 엄마는 애써 웃는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당장은 끼*의 내과, 안과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하고, 엄마의 B형 간염 때문에 그 검사도 받아야 한다. 자신의 B형 간염 검사도 받고, 달리기에 앞서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매듯 앞으로 건강도 챙길 계획이다.
끼*이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물으니, 엄마는 구석진 이불 밑에서 꽁꽁 감춰둔 꿀단지라도 꺼내듯이 아기 수첩을 가져와 펼쳐 보였다. 마침 가까이에 보건소가 있으니 임시번호를 받아서 아이에게 필요한 예방접종도 받으라고 안내를 하니, 엄마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듣는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 사장님이 안도감과 고마움 가득한 미소로 길을 알려주고, 엄마도 문 앞까지 나와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주었다. 마당에는 초록빛을 띈 풀들이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면서도 납작 업드려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 풀들이 봄이 오면 파릇파릇하게 일어나 제 역할을 하듯, 시련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끼*과 엄마에게도 곧 따스한 햇살이 비치길 바란다. 1.5kg의 작은 몸으로 세상을 이겨낸 끼*의 생명력이 희망찬 봄을 불러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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