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왔다”

더불어사는삶

전필녀 (부산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

 

2023년 이른 여름에 시작된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실태와 지원방안>(부산노동권익센터) 연구가 해(年)를 꽉 채우고서야 그 결과가 나왔다. 이주노동자들은 공장, 건설현장, 음식점, 호텔, 학원, 농촌의 비닐하우스 등 한국사회 곳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거나, 장시간 근무와 높은 노동강도, 오래 일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최저시급에 머무는 등 노동여건은 열악했다.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결혼이민, 유학생, 한국 국적 취득자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노동자 자격으로 최초 입국을 했다고 하더라도 노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차별적인 대우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 한국사회에서 살기를 다수가 희망했고 자녀교육을 걱정하는 마음 또한 절절했다. 연구가 지속될수록 ‘노동력이 아닌 사람이 왔다’는 말을 떠올려야 했다. 고용허가제 도입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이주민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들의 체류기한이 길어지고 있으며 또한 가족을 이루는 이주노동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이주노동자를 단지 노동력이 아닌 시민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실태조사’는 설문조사 730부, 면접조사 20명을 분석하였다.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조사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정활동(E-7), 결혼이민자(F-6), 거주(F-2)와 영주(F-5), 유학생(D-2), 한국국적 취득자와 미등록 노동자 등이었다. 부산지역 이주노동자는 강서구·사상구·사하구인 서부산 지역에 10명 중 8명이 일하고 있었고, 제조업에서 70% 이상이 일하고 있었다. 둘째,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임금명세서 미수령이 각각 25.2%, 19.9%로 높고, 주당 평균 노동일수는 5.5일,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4시간으로 매우 길었다. 또한 10명 중 1명은 임금체불 경험이 있었다. 산재경험은 25%가 넘었고 산재발생 주요 이유는 ‘일이 너무 힘들고’, ‘일을 빨리 하라’고 해서였다. 산재경험은 높은데 반해 안전보건교육 실시 비율은 절반 남짓에 그쳤고, 그 중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진행하는 비율이 40%를 넘어 안전보건교육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결과였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좀더 주목할 것은 첫째, 1년차와 10년차 근속기간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는 오래 일해도 승진은커녕 경력이나 근속기간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공간에서 노동하고 있었다. 둘째, 장시간노동과 높은 노동강도이다. 주 52시간(초과근로시간 포함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비율이 상당히 높았고, 특히 산재인정 시간인 주 60시간 이상 비율도 21.3%(남성-24.2%/제조업-24.3%/비전문취업(E-9)-25.4%)로 매우 높다. 그리고 만족도가 가장 낮은 항목이 노동강도였고, 산재가 발생하는 주요 이유로 ‘일이 너무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높은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이 이주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인임을 보여준다. 셋째, 25%의 높은 산재경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는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안전보건교육은 없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노동부의 관리·감독과 개선의 시급함을 보여준다.

노동실태와 아울러 살펴본 이주노동자의 생활실태는 불안정한 체류 문제, 가족과 함께 살기와 자녀 보육 및 교육에 대한 고민, 차별 해소와 동등처우에 대한 요구가 주요한 것이었다. 안전한 체류와 주거, 가족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존재로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혼이민으로 왔다가 미등록이 된 노동자의 용감함과 가족에 대한 절절함, 이주노동자의 자취방에서 느낀 인간다움과 공동체의 삶,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며 위험하고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장기체류 노동자, 평일에는 노동현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환경보호 자원봉사를 하는 이주노동자 등등 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에서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이자 이웃이었다. 노동력이 아닌 사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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