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이주, 이중의 차별을 넘어서자!
4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된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 전국결의대회’에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19일 오후 2시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를 슬로건으로 한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서울시청에서 혜화역까지 행진하며 장애 이주민의 인권을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이주민과 함께>는 2023년부터 장애를 가진 이주민들이 스스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인지하고 주장하며,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장애이주민네트워크를 만들고 인권보장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집회 참여는 장애를 가진 이주민들이 이주민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장애인의 정체성으로 사회와 연결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합니다. 연대를 통해 우리는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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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발언문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의 대표 최마리아라고 합니다. 저희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은 202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130명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도 모야모야 병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열여덟살 딸의 엄마입니다.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 회원들 대부분은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들입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등 국적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두 한국 민족이고, 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나라로 이주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지체 장애, 청각 장애, 발달 장애 등 장애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모두 본인이나 가족에게 장애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한국은 장애가 있는 이주민이 살기에 너무 힘든 나라입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받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설사 그런 정보를 얻게 되더라도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복지 서비스나 재활 훈련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좌절합니다. 한국에서 이주민은, 같은 민족인 고려인이라고 하더라도,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장애인 복지법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장애인 연금이나 장애아동 수당은 물론, 재활치료나 활동보조도 저희에게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 매달 조금씩 회비를 모아 형편이 어려운 가족들에게 병원비나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희 대부분이 형편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들어진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저희는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 이름으로 장애인의 날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저희가 이 자리에 온 것은 한국인 장애인 여러분, 한국인 장애인 가족 여러분들에게 저희와 같은 이주민 장애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과 같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도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저희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장애를 가진 고려인들, 장애를 가진 이주민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저희의 소망을 소리 높여 외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 장애인에게 차별 없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희 고려인 장애인 가족모임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장애 이주민에게 차별 없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도 힘을 보태주십시오. 장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 고려인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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