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평화방문단 참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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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근호, 서울교통공사노조 수석부위원장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혼란한 가운데, 베트남 평화기행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내겐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 여행이었다. 이십대에 처음 읽었던 호치민 평전을 통해 알게 되었던 베트남은 단순여행이 아닌 역사투어 형식의 제대로 된 여행목록에 있던 국가였다. 첫날은 호치민을 거쳐 뀌년으로 이동하는 동선으로 하루가 갔다. 뀌년의 해안가 풍광은 모든 잡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25일 오전에 돌아본 뀌년박물관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는데, 특히 맹호부대 기념패를 보면서 문화센타를 지어줄 정도로 대민 관계가 형성 되었는데 왜 그들에게 ‘학살’이라는 충격을 주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 마을제사에 참석했다. 제문을 읽고, 때에 따라 전통악기 연주를 하는 모습이 모든 조상을 위로하는 우리나라 종중의 제사와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그들에게도 대량 학살의 위로제와 같은 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행들과 향으로 예를 갖추면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명복을 빌었다. 다음날 아침, 빈안학살 위령제에 참석하여 부산지하철 동지들과 함께 헌화를 옮기면서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노조란 투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이런 사업을 같이하면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곧이어 장학금 전달을 위해서 떠어빈중학교로 갔다. 학생들의 환대하는 모습에 고마움과 겸연쩍음도 느꼈지만 넉살 좋은 부산지하철 동지들의 베트남 학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쾌한 마음이 들었다. 부지노조의 한 선배는 마치 “아이돌 스타급”의 대우를 받았다. 웃음이 절로 났다.

 

27일 우리노조가 후원하고 있는 푸억흥중학교를 갔는데 우리가 후원하는 것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 학교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2열로 도열한 학생들을 보며 과연 이러한 대우를 받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들 정도였다.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하이파이브도 하고, 개인적으로 가져온 작은 선물을 주면서 대화는 안 통하지만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날 오후에 노럼학살 위령비를 찾아 참배하는데 일흔살이 넘은 할아버지 한분이 오셨다. 학살로 9명의 가족을 잃었다고 한다. 나의 가족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하는 순간 깊은 아픔이 명치끝이 아릴 정도로 깊게 다가왔다.

노조의 특성상 예산집행에 있어 우선순위를 배정하게 된다. 그동안 장학사업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지적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항상 지지를 해왔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왜 그 사업이 필요한지 지속되어야 하는지 몸소 체험함으로써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전쟁이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고 어떤 의미에서 일방적인 승자는 없는 것이다. 그 속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다수의 민중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위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노조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이 사업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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