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를 개최하며

활동이야기

충격적 사건과 사고의 2024년이 마무리 되고, 2025년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며 이주민과 함께 정기총회를 시작합니다. 지난 2024년 이주민 관련해서 저는 3가지를 기억에 남기기 위해 적어 두겠습니다.

 

첫 번째로, 2024년 6월 24일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참사는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이주민의 현실, 안전관리의 부실을 드러낸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유족대표단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라는 요구사항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지난 34년 동안 이주민을 하층 노동자계층으로 만들어, 노동의 불평등을 더욱 커지게 하였습니다. 이주민의 노동 현장은, 죽음을 담보로 일해야 하는 현장이고, 그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의 보장은 여전히 싸워서 쟁취해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여섯살부터 한국에서 성장하고, 체류권을 얻기위해 몽골로 갔다 다시 유학과 졸업, 취업이라는 길고 고단한 과정을 거쳐 한국에서의 체류권을 얻은지 8개월만에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몽골출신 이주배경아동이었던 태완군의 사고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고,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한시적 정부 정책(2021년~2025년 3월 만료)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이주여성 가사도우미 도입에 대한 뉴스였습니다. 최저임금 예외적용 논란에서부터 최근엔 서울시에서 마을버스 기사까지 이주민으로 도입하려 한다는 기사가 났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보며, “우리는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습니다. 한국사회는 이주민을 집단으로, 사회적으로 게토화 시켜, 또 다른 불평등 계층을 만들고 있지 않은지요?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과 공정한 법을 만들고 집행하여야 할 정치와 국가가 차별적 제도와 정책을 주도하여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2004년 시행되어 20년이 넘은 고용허가제는 생산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이유로 2023년 7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시 지역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였고, 여전히 많은 이주배경아동들은 고등학교까지만 체류와 학습권이 보장되어 있고, 가사도우미 등 돌봄서비스에 요구되는 인력에 차별적인 노동조건으로 이주민을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원인으로 ‘ 외국인의 무임승차’라 발표했는데, 그해 이주민은 건강보험가입자의 3%임에도 5,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 흑자였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차별 논의, 이주민이 건강보험적자의 주범이라는 가짜뉴스 생산, 사회보장에서의 차별 등 제도적 차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다민족사회 대한민국(손민서지음)에선 이런 한국정부의 이주민정책을 우리 사회가 만든 인종기획, 인종주의라 말합니다. “이주민으로부터 내국인의 이익과 기회를 높이거나 지키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이주민들이 우리와 다르고, 심지어 열등하다는 믿음, 즉 인종과 인종주의를 생산한다. 이렇게 정부나 내국인이 의도하지 않든 의도하든 인종으로 만드는 과정을 인종기획이라고 한다.“고 한국사회를 인종주의 사회라 적시하였습니다.

한국의 30여년간의 이주민정책은 제도적 차별과 배제, 한국사회에 이주민이라는 새로운 인종을 만든 인종기획과 인종차별에 다름 아닙니다.

 

더욱이, 2024년 연말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등장한 극우집단의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등장은 이주민들을 주요 공격의 목표로 삼는 주요선진국의 예를 볼 때, 앞으로 한국사회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이같은 상황앞에 2025년,‘이주민과 함께는 어떤 목표와 과제를 가지고 활동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쿠테타와 탄핵정국을 겪으며, 여전히 독재를 위한 폭력적 권력집단이 존재하고, 우리사회에 내재하던 극우적 파시즘의 등장을 보았습니다. 반면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힘 또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집회에 나와 최전선에 나서는 2030여성들과 마이너러티들은 지금의 민주주의가 모두의 민주주의이어야 함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걱정만이 아닌 깨달음을 통해 만들 희망이 존재합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부산의 눈을 보며, 작은 희망의 덩어리를 잘 찾아 굴리고 싶군요. 민주주의, 평등,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 우리의 희망눈덩이를 잘 굴려 키우는 2025년을 만들어 나갑시다.

 

 

2025.2.13. 이사장 조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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