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왜 발생하였는가?

활동이야기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제조업, 건설현장 등 일터에는 많은 유해·위험요인이 있다. 하지만 유해·위험요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며, 발생한 모든 사고 또한 노동자를 다치게 하거나 병들게 하는 재해가 되거나, 특히 중대재해 참사로 되진 않는다. 예방을 위한 법 제도가 있고, 일상적으로 일터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세심히 확인하여 작업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위험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을 기업은 해야한다. 그리고 기업이 이러한 역할을 잘하는지를 관리 감독하고, 만약 위법할 경우 제재를 가하여 사업주가 법·제도를 이행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정부는 해야한다.

 

하지만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1차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주)아리셀의 3동 2층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사망자 포함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아리셀 공장에서의 리튬전지 폭발사고는 왜 다수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다치는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리튬전지 폭발로 끝나지 않고 작업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신체적 심리적 훼손을 남기게 되었을까? 아리셀에서 왜 사고가 참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1. 불법적 고용구조 속 방치된 노동자들

아리셀은 매월 변화하는 물량에 맞춰 쉽게 인원을 조정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해고와 채용을 반복하기 위해서 직업소개업 등록이나 파견허가도 보유하지 않은 중간업체인 메이셀을 통해서 노동자들을 공급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이셀은 아리셀과 동일한 주소지에 등록된 회사이다. 아리셀의 관심은 오로지 생산 납품을 맞추는 것이기에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시간 할애도 공간 배치도, 생산속도 조절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할 시기에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더 많은 단기간 노동자들이 존재하였고 불안정한 고용과 길지 않았던 근속으로 회사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주노동자들이 많았다.

 

  1. 사전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생산만 중요했던 아리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6월 22일 아리셀 2동에서 리튬전지 폭발사고가 있었으나 화재진압 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생산을 시작하였다. 아리셀은 소방당국에 알리거나 작업자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그냥 덮어버렸다. 당시 폭발이 된 리튬전지와 동일한 시기에 만든 제품은 참사 당일 아침, 3동 2층으로 옮겨서 다른 배터리와 함께 적재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재된 리튬전지 완제품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1. 폭발 대비를 위한 구조와 설비가 없었던 회사

2017년 국내 리튬 1차 전지의 85%를 생산하는 업체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공장 모두를 태웠던 대형화재를 겪고 난 후 회사는 공장별로 건물 간 6m 이상의 간격으로 별도의 건물을 세우고, 사무동을 뺀 모든 건물의 두께는 30cm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지었다. 리튬전지 보관 장소에는 격벽을 만들고 격벽마다 소화시설-자동분말 소화설비, 팽창 질석, 방화매트 등-을 설치하여 화재와 폭발을 대비하기 위한 구조와 설비를 갖추었다. 하지만 아리셀은 폭발과 화재에 대비하는 시설과 장비 자체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금속화재 소화기인 D급 소화기조차 충분하지않았다고 하니 구조와 설비가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1. 위험 작업과 대처방안을 위한 교육 미실시

비록 폭발과 화재를 대비한 예방 시설과 구조가 없었더라도 리튬전지의 폭발 위험성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다면, 그리고 대피훈련을 통해 리튬전지가 폭발할 경우 어떤 대응-소화기, 설비 등-이 필요한지 알았다면 어땠을까? 대부분 작업자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관리자나 작업자 중 대응방법을 아는 누군가라도 있었다면 ‘대피하라’라고 소리쳤을 텐데 누구도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았다. 책임있는 회사는 오로지 생산에만 관심을 뒀을 뿐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1. 리튬전지에 대한 부실한 관리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발생 당시 3동 2층 작업장에는 3만 5천 개의 배터리가 작은 박스에 담긴 채 있었다. 심지어 수출용 파레트를 깔고 그 위에 사람 키 높이 만큼 적재할 때도 많았고, 평상시에도 완제품을 작업장 내 두거나 작업 공간의 통로를 막고 적재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리셀은 폭발위험이 있는 전지를 별도의 보관 장소에 보관하거나, 폭발 대비를 위한 설비나 구조는 마련하지 않은 채, 작업장 안에 위험을 차곡차곡 쌓아서 모아두는 행위를 하였다. 심지어 리튬전지 완제품은 출고를 쉽게 하려고 출입구 쪽에 적재하였기에 작업자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 화재가 발생한 곳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대피가 더욱 어려웠다.

 

  1. ‘비상구’의 역할을 하지 못한 비상구

발화 시작 후 42초 만에 3동 2층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로 가득했기에 작업자들은 탈출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불법적인 건물구조 변경으로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비상구는 정규직만 지급되는 ID카드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위급한 사항에서는 쓸모가 없는 문이었다. 결국, 사방이 다 막힌 공간에서의 탈출구는 하나밖에 없었고,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구는 이미 리튬전지가 폭발하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1. 무법천지 아리셀의 상황을 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리튬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위험물질 제2호(물반응성 물질 및 인화성 고체)에 해당하는 위험물질임에도 2024년 7월 9일 게시된 산업안전공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검색 결과에는 ‘규제 사항은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어 국가차원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화학물질관리법상도 리튬은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되어있어서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었다. 리튬이 이러하니 리튬을 가공하여 만든 배터리 제품은 오죽했을까? 그동안 소방법에서도 화재위험성이 큰 물질은 관리를 위해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는데, 리튬전지는 특수가연물에서도 제외되었고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미흡한 법제도와 국가차원의 위험성 관리가 공백상태다보니 국방부에서도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군대에서 리튬일차전지 사고가 총 92건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만약 단 1건의 화재폭발 사고라도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공급망에 대한 관리를 방치한 국방부와 삼성에게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발생한 참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를 제대로 밝혀야 이러한 참사가 더는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가족을 잃은 유족을 위로하는 과정이며 그나마 고통을 덜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추석을 맞는 지금도 유족들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참사 초기부터 제안한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온전한 재방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를 참사로 만든 아리셀과 관련된 기업 모두가 책임이 있으며, 정부는 물론 국방부와 삼성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 군납 기일을 맞추려고 불법적 고용을 지속적으로 늘리지 않았다면 ▲ 군납 과정의 불법성을 확인한 국방부가 생산을 중단시켰다면 ▲ 불법 파견을 당한 노동자들이 불법 직업소개를 통한 고용형태가 아니었다면 ▲ 6월 22일 폭발사고에 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 생산품을 안전하게 분리 적재하고, 폭발 대비 구조와 설비를 갖췄다면 ▲ 안전교육과 대피훈련을 통해 폭발 및 화재대응법과 대피로를 알았다면 ▲ 작업공간과 바로 연결되는 비상구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비상구가 있었다면 ▲ 완제품 적재를 바깥과 바로 연결되는 출입구 앞에서 하지 않았다면, 단 하나만 제대로 했다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참사’가 되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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