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의 중대재해 근본적인 산업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사) 이주민과함께 김아이잔 팀장
우선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노동청 안에 있는 분들! 무더위에 에어컨 팡팡 들고 시원하고 안전한 곳에서 일하고 계시지요? 이런 무더위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환기조차 잘안된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심정을 한 번이라도 상상해보셨습니까?
저는 일터에서 안전교육, 산재예방, 임금차별, 인종차별, 살아서도 차별, 죽어서도 차별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리셀 참사에서 희생된 이주노동자 18명 중 정부가 주관하는 안전교육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제야, 사람이 죽어야 정부는 산업 현장의 안전보건교육 확대에 나섰다고 합니다. 노동자 안전교육 사업 관련 지원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교육받는 이주노동자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주노동자 중 특정 비자를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발급받은 경우에만 교육 대상자로 삼고 있어서입니다. 나머지 비자로 취업한 이주노동자에게는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이주노동자가 10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최근 부산 소재 조선소에 실시한 안전보건교육에 참여해 러시아권 이주노동자 30명 대상 순차 통역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제가 놀라던 것은, 교육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이 본 조선소에서 오래 근로를 해서 그래서인지 감전, 화재, 추락 등등 중대재해 위험요인을 하나하나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가족을 살려 먹이기 위해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주노동자들의 그동안 쌓이고 참아왔던 불만과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그들은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하는 안전팀 대리 대신 문제해결이 가능한 직책이 높은 분을 와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무응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이주노동자들의 교육에 대한 반응은 ‘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해 봤자 위험 요소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무슨 소용이 있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안전보건교육을 해도 1년에 1번 하지 말고, 분기별 제공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전팀에서 나온 대리 본인이 현장에서 일주일 안에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70곳을 발견했다는 말에 이주노동자들은 하루에 70곳 위험요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 한 이주노동자는 감전 및 열사병 발생 위험성이 높은 아주 열악한 현장에서 매일매일 본인의 생명을 위협받은 채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교육이 끝난 뒤 이주노동자들은 또다시 본인의 생명을 본인만 지킬 수 있다는 잔혹한 현실 그 위험한 현장에 한숨을 쉰 채로 돌아갔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더 몇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어야, 더 몇 번의 이주노동자의 집단 참사가 일어나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겁니까? 이번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들의 근본적인 산업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끝으로 한 번 더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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