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조병준 이사장
캄보디아에 가기 일주일 전에 도서관에서 “마음을 잇는 실”이란 전시된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직 만나 본 적이 없어도,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과 이어져 있어.” 그렇게 그 실을 따라, 2019년 자매결연 후에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리타를 만나기 위해, 2014년 이후 이제 만날 수 없는 안양숙 선생님을 기억하기 위해, 거기서 새로이 마음의 실을 잇기 위해, 지난 5월 31일 캄보디아로 향했습니다.
첫날 뽀이뻿성당에서는 약 70여명의 자매결연 초·중·고 학생들과 만남이 있었습니다. 2006년 캄보디아 프놈펜에 처음 가고부터, 저에게는 꼭 이 동네 이 친구들에게 불러 주고 싶었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제가 청년 때나 지금에나 신날 때나 힘들 때 부르던 노래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고운 님 함께라면~. 오순도순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 말은 안 통하지만, 그 기운이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같이 간 선생님들과 우리집 막내도 함께 오랜만에 목청껏 힘차게 불렀습니다.
당일 오후에는 아시아평화인권연대의 캄보디아 사업의 거점이자, 우리 이주민과 함께 활동가이면서 현지특파원인 미란샘이 운영하는 신나는 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들리는 돼지도살장 옆 자그마한 도서관, 왠지 캄보디아의 교육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안양숙 장학기금의 여고생 4명의 존 레논의 “imagine”노랫소리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여전한 캄보디아의 현실 속에서 듣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음악이었습니다. 지금 눈을 감고 상상해도…
둘째날은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캄보디아에서 3년여간 간호 활동 등을 하셨고, 병으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안양숙 선생님의 10주기 행사가 뽀이뻿수녀원과 안양숙샘의 유골과 함께 자라고 있는 망고나무 곁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처음 참가해 보는 천주교 미사를 호기심을 가지고 참가했습니다. 태국 국경 근처에서 난민캠프를 준비하며 땀에 젖은 얼굴을 훔치며 들어오시는 잡 신부님, 캄보디아의 전쟁 지뢰 장애인 자활 반따쁘리엡에서 30년을 지낸 한국의 신부님, 인도 불가촉천민 아래 사람들 속에 계시다 오신 신부님이 하얀 가운을 입고 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30년 가까이 뽀이뻿의 가난한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 수녀님들을 보면서, 같은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 의료인으로서, 같은 인간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정 마지막날 우리 가족은 드디어 자매결연 아동인 리타의 집에 방문하였습니다. 태국으로 일하러간 엄마, 행상을 하는 할머니의 일을 도우며 사는 리타의 집은 18년 전 보았던 캄보디아의 집과 다를바 없었습니다. 긴장하던 리타의 얼굴이 선물로 준 파란 원피스를 입고 나오며 수줍게 짓는 웃음으로 바뀌면서 모두가 드디어 마음 놓고 웃었습니다. 같이 간 김 선생이 할머니께 “꼭 학교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며 부탁을 할 때 마음이 많이 울컥했습니다.
이어서 알리이시오회와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돈보스코학교, 하비에르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뽀이뻿의 거대한 건물들은 대부분 카지노인데, 여기에서 가난하고 한부모 아이들을 위한 건물을 만났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든든했습니다. ‘우리 리타가 초등을 마치고 카지노로 일하러 가지 않게 되기를.. 이 학교에 꼭 다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아스팔트가 끝나는 곳에서 교육이 시작된다’는 하비에르의 교육이념으로 5만평의 늪지대를 복토해 아름다운 캠퍼스 만든 하비에르 학교도 마지막날 방문했습니다. 자원활동가로 교사로 참여하는 스페인, 미국, 홍콩, 한국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뜨거운 햇살 교실 끝 베란다에 걸쳐 학생 둘이 책을 보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따라가고 이어간 마음을 잇는 실은.. 이제 돌아오고 나서도 거기에서도, 여기에서도 희망을 키우는 실이 되고 있었습니다. 함께 간 투병중인 한 일행은 여기 자매결연한 친구와 매주 영상통화를 합니다. 그 아이에겐 다양한, 그리고 다음을 꿈꿀수 있는 희망을, 본인에겐 다음 날을 살고 싶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잘 준비해주고 함께 해준 선생님들과 캄보디아에서의 꿈꾸어 지는 희망과 거기서 헌신하는 분들을 통해서 “풍성한 삶(Fruitalbe life;하수 수녀님이 쓴 안양숙 샘 추도식 글 제목)을 며칠 살고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뽀이뺏 성당 옆 풍성한 망고나무로 자라고 있는 안양숙 선생님이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수녀님께 전한 마지막 말을 전하며 마치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사람들과 내가 한 모든 일로 캄보디아에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내 마음은 행복했고 여전히 내가 겪은 경험에 만족하고 있으니 울지 마세요. 나는 행복합니다.”
캄보디아 뽀이뻿에 마음을 잇는 실을, 희망을 키우는 실을 이어주실 분은 연락 주세요. 함께합시다.
후원계좌;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국민은행 957501-01-346484
문의전화: 051-802-3438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칫솔치약세트를 후원해주셔서 캄보디아 어린이에게 잘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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