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죽이지 마라!
김나현-(사)이주민과 함께 부설 이주민통번역센터 링크
지난 10월, 유학생 뚜안 씨가 대구출입국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는 이른바 ‘불법체류자’가 아니었습니다. 정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비자를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꿈을 찾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 일해온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의 폭력적 단속 앞에서 그는 3시간 내내 공포에 떨었고, 결국 추락사했습니다. 이 죽음은 결코 개인의 실수가 아닙니다. 구조가 만든 죽음이며, 법무부의 강압적 단속이 만든 사회적 살인입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중순, 경남 사천에서도 단속 과정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이, 범죄자도 아닌 사람들이, 단속반에 쫓기다 중상을 입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법 집행’입니까? 이것이 사람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입니까?
한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유학생을 대거 받아들여 대학을 살리겠다며 등록금은 꼬박꼬박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졸업하면 일할 자리는 없고, 비자 제도는 현실을 외면한 채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일자리는 막아놓고 생계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합니다. 살기 위해 몰래 일하면 단속반이 들이닥칩니다. 이것이 어떻게 개인의 책임입니까? 미등록 상태를 만든 것은 개인이 아니라 바로 제도입니다.
합법이든, 미등록이든, 이주민은 모두 사람입니다. 가족을 걱정하고, 생계를 걱정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살아가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들을 ‘잡을 대상’으로만 봅니다. 공장과 식당 그리고 기숙사 등을 기습하고, 도망치는 노동자를 쫓고, 공포 속에서 숨게 만들고, 때로는 목숨까지 빼앗습니다. 이것은 ‘단속’이 아니라 명백한 국가폭력입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법무부는 폭력적 단속을 즉각 중단하라!
죽음과 부상을 부르는 비인간적 단속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라!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낡은 비자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
그리고 다시는 뚜안 씨와 같은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라!
이 나라에 땀과 시간을 바친 이주민들의 삶이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오늘, 여기서 분명히 말합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단속은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