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평가회를 끝으로 이주배경 청년모임 ‘여.우.함’ 1기 활동을 마쳤습니다.
‘여.우.함’은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진지한 이주배경 청년들의 모임입니다. 자신들의 정체성에 닿아 있는 이주민 인권이 중심주제입니다. 청년들의 관심과 이주민 2세의 사회참여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이주민과 함께>의 관심이 만나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모임의 매개체는 ‘밥과 이야기 나눔’입니다. 청년 1인 가구가 ‘먹거리 취약계층’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연령층이고 혼자 거주할수록 하루 세끼 챙겨 먹는 비율이 낮고 인스턴트 음식에 의존한다해요. 특히 집을 떠나 타지에서 유학하는 청년들은 ‘아낄 수 있는 돈이 식비밖에 없는’ 현실이죠. 이주배경 청년 모임을 구상하며 1번으로 떠오른 컨셉이 ‘맛집탐방’인건 자연스러웠습니다. 대학 주최 세미나와 부산광역시 인권센터 유학생 인권실태조사에서 만나 찜해 두었던 몇몇 청년들을 식탁에 초대했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4번의 ‘밥과 이야기’가 있었고, 탐방과 간담회를 각1회 진행했습니다. 매회 주제는 있었지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이야기’와 ‘세상 이야기’ 사이를 넘나들었습니다. 8월에는 이주민 2세 활동가인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박동찬 소장을 초대해 아리셀 화재 참사부터 혐중집회 대응운동까지 수도권의 이주인권 청년활동을 들었습니다. 9월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고 한 세션인 ‘이주배경 청년과 한국 민주주의’를 함께 준비했습니다. 10월은 ‘교류의 시간’으로 다문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들과 만났고 식사와 담소 이후 활동 평가모임을 가졌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심포지엄에서 전국의 이주배경 청년 활동가들이 모였는데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의 저자인 고예나님이 우리 모임의 채명신님과 이주배경이 똑같이 겹치는 것이었어요. 둘이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연결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주배경 청년 활동가들이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청년들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멤버들 모두 긍정적이고 온화한 성품을 갖고 있어 대화에 걸림이 없었고 매회 너무 잘 먹어서 밥 사주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했다는 이야기, 이주민 활동가를 만나 교류하며 많이 배웠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기쁩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이주배경 청년들이 행사의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한국사회를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었던 것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이 목소리가 보다 넓게, 멀리 퍼져가도록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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