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발의 환영 성명서

활동이야기

[성명]

장애가 있는 이주민을 고려한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환영한다

장애이주민권리보장네트워크는 2025. 12. 11. 김동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5072)을 적극 환영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이번 개정안은 장기화되어 온 귀화 심사 기간을 접수일로부터 1년으로 명확히 한정하고 6개월에 한하여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장애인 등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인 귀화신청자에 대한 생계유지능력 및 기본 소양요건 심사완화 등의 특례를 마련함으로써,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고자 발의되었다.

현행 법제 하에서는 귀화 심사 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귀화허가 신청자들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불안정한 지위를 감내해야 한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또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에게 일반 귀화신청자와 동등한 요건을 적용함으로써,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인해 생계유지능력 입증이나 기본 소양 평가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신청자들의 귀화를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현행 국적법은 귀화를 신청하는 사람의 장애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국적법상에 ‘장애’ 요소가 명시적으로 반영된 조항은 ‘국민선서의 면제’에 관한 규정이 유일하다(국적법 제4조 및 제9조). 신체적ㆍ정신적 장애 등으로 국민선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한 것을 표현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민선서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실제로 귀화를 신청하고자 하는 장애인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귀화요건은 종합평가와 면접심사, 그리고 높은 수준의 생계유지능력 요건이다. 이 중 종합평가와 면접심사에 관하여 국적법 하위법령은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면제를 허용하고 있으며(동법 시행령 제4조의2, 동법 시행규칙 제4조), 법무부는 국적업무처리지침을 통해 일부 장애인에 대해 해당 요건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8조, 제20조).

또한 법무부는 국적업무처리지침에서 장애인에 대한 생계유지능력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는 있으나 모든 장애인 신청자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간이귀화 신청 대상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다(국적업무처리지침 제16조 제1항). 구체적으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사람”과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사람으로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사람”에 대해서만 생계유지능력 입증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적 완화 역시 시민사회단체들이 개별 사례에 있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한 끝에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온 결과다.

국적법은 생계유지능력 요건과 관련하여, 귀화신청자가 “자신의 자산이나 기능에 의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귀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외국 국적의 장애인의 경우, 장애를 고려한 직무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 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국적 취득 이후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등을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아 훈련이나 근로를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화 심사단계에서부터 비장애인에게 요구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소득과 재산을 장애인에게 그대로 요구한다면,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 이주민에게 해당 요건을 사실상 충족 불가능한 장벽이 된다. 이는 국적 취득 과정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비준한 장애인권리협약 등의 취지에도 반하여 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는 경로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간이귀화 대상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장애인이 귀화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생계유지능력 요건은 완화된 방식으로 비장애인과는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내용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자 하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이에 장애이주민권리보장네트워크는 장애이주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귀화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장애를 귀화요건 심사에 실질적으로 고려하도록 반영한 본 법안을 적극 환영한다.

한편, 법안 성안 과정에서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도 장애인과 같이 특례 대상자로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되었음에도, 최종적으로는 제2호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는 포괄 규정으로 정리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난민협약 제34조는 체약국이 난민의 귀화절차를 신속히 진행시키고, 이에 따른 수수료와 비용을 가능한 경감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적법의 높은 소득재산요건은 난민의 귀화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난민인정자가 보다 용이하게 귀화할 수 있도록 한 난민협약의 취지에 따라, 대통령령에서 난민인정자를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국적법 일부개정안이 선언적·형식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귀화 심사 과정 전반에서 장애와 취약한 지위가 실질적으로 고려되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법률과 하위법령, 행정지침이 유기적으로 정비되어 개별 심사 단계에서 장애인의 현실과 조건이 충분히 반영되고, 담당 행정기관의 해석과 집행 과정에서도 차별적 요소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이주민권리보장네트워크는 본 개정안이 장애를 가진 이주민이 대한민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입법 취지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구현될 때까지 계속해서 감시하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끝)

2025년 12월 22일

장애이주민권리보장 네트워크

(고려인장애인가족모임, 성공회 용산 나눔의 집, 이주민과 함께, 이주와 인권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충남이주여성상담소, 이주민센터 친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재단법인 동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법단체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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