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118호] 인권과 차별해소보다 질서와 안전을 강조하는 한국정부의 이주민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뉴스레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6주기 추모 기자회견>

 

인권과 차별해소보다 질서와 안전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경남대책위원회’는 무고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의 6주기를 추모하고, 새 정부의 출범에 앞둔 지금,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 별첨 1. 한국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문의 : 이미란 (051-802-3438, 010-7702-3438)

 

(사)이주민과함께

 

<별첨 1. 이주민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6주기에 즈음하여,

이주민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

 

2007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열 명의 이주민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 제반 사회적 권리들이 여전히 침해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다시 여수화재참사 6주기를 맞는 우리는 불편한 마음과 동시에 고인들을 향한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한국사회가 이주민을 비롯한 소수자에게 그간 보다 포용력 있고, 동등하게 대우해왔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의미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그런 힘으로 잘못된 제도와 편견들을 얼마나 몰아내었는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에서 2012년 11월 28일 확정한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2013년도부터 향후 5년간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이주민 관련 정책의 기조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들을 살펴보면 한국사회의 이주민정책이 여전히, 아니 더욱 더 배타적이고 차별적으로 흐르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우리는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방향설정의 문제와 한국정부의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지금 우리의 자리도 돌아보고자 한다.

 

첫째, 질서와 안전, 이민자의 기여를 우선하는 정책에 대하여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기본방향은 “질서와 안전, 이민자의 책임과 기여를 강조”한다. 이것은 인권보호․차별해소보다 이주민에 대한 관리와 통제 강화를 우선에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위한 사업장 출입조사권을 법제화하겠다는 계획도 이러한 방향 속에 있다.

그러나 2013년에 이르러도 숱하게 존재하는 이주민들의 체불된 임금, 돌이킬 수 없는 산업재해, 신분증을 고용주가 아무렇지 않게 압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가정과 일터에서 폭행과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이주민들의 현실이다. 게다가 전 사회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마치 외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처럼 만연해있는데도 이러한 문제를 죄다 가리고는 이주민을 범죄와 무질서, 사회적 불안세력으로 암시하면서 질서와 안전을 내세우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자 이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주민 정책의 기조는 인권보호와 차별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이민자를 선별하고 위계화 하는 정책에 대하여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취업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을 고급인력(우수인력)과 비전문인력으로 구분하고, 고급인력,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지원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나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양식어업 등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비전문인력’으로 분류하여 우수인력과 대비시키는 한편, 이전보다 더 선별하여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고급인력이 있다는 것은 저급인력의 존재를, 우수인력의 존재는 우수하지 않은 인력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업종과 직종별로 이러한 위계를 만드는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이는 직업에 따른 차별이자 돈과 학벌에 따른 차별과 계층화이기도 하다.

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확정 이전에도 이미 만연해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법무부가 제시한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국적취득 전 영주자격을 먼저 취득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선별적으로 국적부여를 하겠다는 것이고, △난민과 소위 ‘단순기능’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국적 뿐 아니라 영주자격 획득의 기회조차 차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수인재, 투자자, 관광객들에게는 비자발급을 면제해주거나 쉽게 해주는 등의 편의가 대조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취업비자 이주노동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체류자격간 이동(체류자격 변경)을 폭넓게 허용해야 하며, 차별과 위계를 만들어내는 선별과 구분 짓기를 중단하여야 한다.

 

셋째,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키는 정책에 대하여

 

경찰청은 새해 1월부터 “주요 외국인밀집지역 대상 집중검문검색 등 치안활동 강화” 보도자료를 내고 국제범죄수사대를 가동하여 불법과 무질서를 단속하겠다고 공표하였다. 또한 법무부는 지속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전면에 붙여두고 단속과 추방일변도의 정책을 펼쳐왔다. 이것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경찰력과 출입국 단속집행력 강화의 근거로 이용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위계와 차별화를 통해 소위 ‘우수인재’에 속하지 않는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의식 또한 조장하고 있는데, ‘단순기능직’ 이주노동자는 정주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자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시각을 확산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이민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고, 편견과 부정적 의식을 조장하는 정부정책은 중단되어야 하며, 이주민들은 오히려 많은 경우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보호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넷째, 청소년의 기본권조차 깡그리 무시하는 단속과 추방정책에 대하여

 

2012년 10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부모와 십년 이상을 살아온 몽골인 고교생이 경찰에 적발되어 성인과 함께 똑같은 처우 하에 구금되었고, 공항 비행기까지 수갑을 채워 데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은 갑작스럽게 강제추방을 당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와 부모와 함께 살 권리 모두를 일순간에 박탈당하게 되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과 추방과정에서 계속되는 크고 작은 부상과 사망사고들이 매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단속에 쫓겨 건물위에서 추락해 사망에 이르는 사태가 부산에서 있었다.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명시하고 있는 ‘불체자 단속 사전예고제’는 외국인 밀집지역에 단속을 사전에 예고하여 결국 공포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미등록 이주민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단속과 추방 일변도의 정책은 끔찍한 사고들과 인권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이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미등록 이주민을 양산하는 법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이미 미등록으로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체류자격 부여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미등록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적어도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와 부모와 함께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여전히 ‘동화(한국화)’ 위주인 사회통합 정책에 대하여

 

2007년도에 제정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이 법을 근거로 하여 마련된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모두 이주민에 대한 동화 위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는 마치 그것을 이수하면 사회통합이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사회통합프로그램의 실체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과 한국사회․문화이해 수업이 전부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다. 과연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통합이 될 것인가?

이주민들만이 사회통합의 대상이 아니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은 한 축은 이주민이겠지만, 다른 한 축은 선주민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한국인들끼리는 마치 통합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이 말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느끼는 어려움과 불만이 무엇인지, 어떻게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한국어교육이 능사가 아니라 인권보장과 차별해소라는 보다 근본적인 처우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 이주민은 동화시켜야 할 존재가 아니라, 상호 교류하고 소통하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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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참사가 났을 때 부상자들과 유가족들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한국사회를 향해 “우리를 인간으로 보기나 한 것이냐”고 절규했었다. 사람으로 알았다면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을 불 속에 그렇게 방치시키지는 않았을 것이고, 열 명의 죽음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였다.

6년이 지난 현재, 이주민들은 고급과 저급으로 분류되어 잠재적 범죄자의 누명을 쓰고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이주민에 대한 인권보장과 차별철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바라며 달려온 우리들은 잠시 멈추어 지난 6년의 활동에 대해 성찰하고자 한다.

 

‘눈물의 바다’ 여수에서 고인이 되신 故김명식님, 故에르킨님, 故이태복님, 故장지궈님, 故손관충님, 故리샤오춘님, 故양보가님, 故김성난님, 故진신희님, 故황해파님, 그리고 지난해 부산출입국사무소의 강압적인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故수위토님에게 오늘, 추모의 촛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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